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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의 클래식] 롯데의 파국, 성민규 단장도 허문회 감독도 잘못했다

롯데가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래리 서튼 퓨처스(2군)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롯데는 지난 11일 감독 교체를 발표하며 "방향성의 차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구단은 선수 육성을 원하는데, 감독이 본인의 소신을 꺾지 않고 선수 기용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외부에는 '단장의 선수'와 '감독의 선수'로 나뉘는 모양새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의 불화설이 계속 불거졌고, 결국 허문회 감독이 짐을 쌌다. 물론 팀 성적이 최하위로 추락해 이런 비극이 발생했을 것이다. 성적이 좋았다면 싸울 일도 많지 않고, 외부로 불협화음이 드러나지 않았을 테다. 2019년 말 성민규 단장은 롯데의 새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사령탑 후보군 인터뷰를 했다. 처음에는 허문회 감독이 가장 마음에 들었으니 뽑았을 거 아닌가? 단장이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기용에 관한 영역을 침범했다면 그건 큰 잘못이다. 성민규 단장은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트 출신이다. 하지만 MLB 단장이라고 해도 감독에게 "마이너리그 선수를 올리라, 마라" 하진 않는다. 그건 성민규 단장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여기는 미국이 아니다. 또한 선수 기용은 감독이 결정할 몫이다. 감독은 팀 성적에 대한 최종 책임자다. 잘하는 선수를 일부러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경우는 없다. 실력이 뛰어난데 2군에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서로 지향점이 다르고, 의견이 다르다면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대화가 단절돼선 절대 안 된다. 단장이나 감독이든 한쪽이 질문하면 다른 한쪽은 답해야 한다. 그게 서로에 대한 존중이고, 팀을 위한 책임이다. 그런데 이번에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 사이에선 이런 노력이 없었던 것 같다. 즉 단장도, 감독도 너무나 크게 잘못했다. 또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활용법을 두고도 이야기가 많다. MLB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는 최근 투수와 타자를 겸할 뿐만 아니라, 외야수로도 나선다. 결국 에인절스 감독(조 매든)이 오타니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니겠나. 김응용 감독, 김성근 감독, 그리고 필자가 프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과거에는 감독의 권한이 컸다. 단장은 대부분 모 그룹에서 내려오거나, 구단 내에서 승진한 비(非) 경기인 출신이 대부분이어서 감독에게 의존했다. 시대가 바뀌었고, 야구계 환경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 경기인 출신 단장이 많이 늘어났다. 반면 감독의 연령은 많이 낮아졌다. 그래서인지 감독들이 단장에게 쩔쩔매는 모습이다. 필자가 사령탑에 있던 때처럼 감독의 권한이 더 커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팀을 위해 두 리더가 자주 소통하고 의논해야 한다. 의견이 안 맞으면 대화를 통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감독에 대한 평가는 성적 혹은 외부 여론에 좌우되는 법이다. 하지만 우승팀 감독이 무조건 최고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야구인들이 바라보는 훌륭한 감독과는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이다. MLB도 팀 성적이 나쁘면 감독을 교체한다. 우리보다 약 50년 일찍 프로가 출범한 일본에서는 '감독을 바꾸는 게 무조건 능사가 아니다'라는 걸 깨닫는 데 70년이 걸렸다고 하더라. 한국 프로야구는 KBO리그 출범 40번째 시즌을 맞고 있다. 아직 더 발전해야 하고, 지금 그 과정에 있다. 롯데의 이번 사령탑 교체 과정도 다른 팀에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2021.05.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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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의 클래식] 시프트 한 번이 승부를 가른다

2020년 10월 19일 열린 LA 다저스와 애틀랜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 LA 다저스가 0-2로 뒤진 3회 말 2사 2·3루 공격 기회에서 윌 스미스의 동점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당시 애틀랜타는 우타자 스미스의 잡아당기는 스윙에 대비해 수비 시프트를 가동했다. 그라운드를 절반으로 나누며 3루수와 유격수, 2루수가 모두 좌측에 서 있었다. 하지만 타구는 2루 오른쪽 옆을 살짝 빠져나갔다. 정상 수비 위치였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LA 다저스는 3승 3패로 팽팽하게 맞선 7차전을 4-3으로 승리,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결국 탬파베이를 꺾고 32년 만에 우승의 한을 풀었다. 냉정하게 보면 애틀랜타의 수비 시프트 덕에 우승까지 갈 수 있었다. 지난 22일 연장 10회 잠실 LG-KIA전은 수비의 작은 차이가 승패를 가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2-2로 맞선 연장 10회 초 2사 1·2루에서 2루수 옆을 빠져나가는 1타점 결승 적시타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LG의 수비는 아쉬웠다. 시속 150㎞ 초반의 빠른 직구를 4개 연속 던진 고우석이 풀카운트에서 선택한 6구는 커브였다. 류지혁은 고우석의 139㎞ 커브를 통타해 결승타를 뽑았다. 그렇다면 LG는 이 상황에서 수비를 좀 더 1루 쪽으로 옮겼어야 했다. 빠른 직구 이후 변화구를 선택한 만큼 좌타자 류지혁이 공을 잡아 당겨칠 확률이 높았고, 그렇다면 타구가 우측으로 향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물론 내야수가 포수의 사인을 보고 수비 위치를 잡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이날 LG 2루수는 주전 정주현이 아닌 9회 초부터 대수비로 나온 구본혁이었다. 포수의 사인을 읽고 대비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투수에게 직접 사인을 내는 포수(유강남) 또는 LG 벤치가 이에 대비해 수비의 위치를 정했어야 했다. LG 2루수 구본혁이 한 발만 더 우측으로 옮겨 기다렸더라면 내야 땅볼로 처리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올해 새롭게 LG 지휘봉을 잡은 류지현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LG에서 선수와 코치로 오래 유니폼을 입어 팬들 역시 기대감이 갖는 것은 마찬가지다. 초보 사령탑이지만 류지현 감독은 많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지도자다. 국가대표팀에도 여러 차례 코치로 활약했다. 그만큼 경력 있고, 능력을 갖췄다. 더군다나 LG는 올해 우승 후보로 손꼽힌다. 그래서 따뜻한 조언을 하고 싶다. 벤치에서 감독이 일일이 모든 걸 지시할 수 없다. 다만 코치 혹은 선수가 상황에 따라 스스로 판단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이날 연장전에서 아쉬움을 남긴 수비는 야구를 깊이 있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게 세밀함의 차이다. 또한 벤치의 승부수다. 올 시즌 KBO리그에는 다양한 수비 시프트가 가동되고 있다. 모든 건 결과론이다.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다. 잘 됐을 때 높이 평가받고, 실패하면 따가운 시선이 향한다. 평상시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결정적인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낳느냐, 또 실책을 범하느냐에 달려 있다. 22일 KIA전 연장 10회 LG의 수비가 아쉬움을 크게 남기는 이유다. 사령탑으로 꽃 피우길 기대하는 류지현 감독이 앞으로 더 세밀하게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2021.04.3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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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의 클래식] "치고 나가는 LG·NC, 결국 불펜·센터라인 차이"

아직 시즌 초반이나 센터라인과 불펜에 따라 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체로 팀마다 공격력은 거의 비슷하다. 상대 선발 투수에 따라 공격력이 터지느냐, 막히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외국인 투수는 좀 더 봐야겠지만, 대부분 많이 보강 했다. 결국 불펜과 센터라인이 중요해 보인다. 확실히 지난해 통합 우승을 한 NC와 올 시즌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LG의 전력이 가장 안정적이다. NC는 유격수 노진혁의 복귀 후 훨씬 안정적인 모습이다. 옆구리 통증을 겪던 노진혁이 돌아온 뒤 공수 안정감 속에 4연승을 달려 선두권에 재진입했다. LG는 앤드류 수아레즈가 완벽하다. 풀타임 빅리거 뛴 2018년 7승을 올린 수아레즈는 KBO 무대에서도 2경기에서 14이닝 무실점 중이다. 또 센터라인의 오지환과 홍창기가 든든하다. 예상보다 투수력이 훨씬 좋은데, 마무리 고우석이 지난해보다 훨씬 여유롭고 자신 있는 모습이다. 나머지 8개 팀의 순위 싸움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다. 혼란스럽다. 지난해 9위에 그친 SSG는 추신수의 합류로 공격력이 보강됐다. 시즌 초반 5할 언저리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다소 운이 따라주는 듯한 모양새다. 유격수(박성한) 포지션이 약하다. 임시 마무리로 나선 김상수가 4세이브를 올렸지만 불안하다. 14일 1군에 합류한 하재훈이 부상에서 2019년(36세이브, 평균자책점 1.98)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키움은 김하성의 공백을 김혜성이 어떻게 메우느냐가 중요하다. 다만 김혜성의 스로잉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 3루쪽 타구 처리 때 악송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조상우가 빠진 마무리도 불안하다. 입단 계약금만 9억 원을 받은 장재영이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다. 공을 딱 때리는 모습과 타점이 좋더라. 구단에서도 자신감을 키워주고 집중력을 쌓도록 1이닝 투구 내에서 끊어주고 있다. 신인을 잘 키우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 더 많은, 또 1이닝 이상을 던지면 어떨는지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창단 첫 가을 야구를 한 KT는 주권이 지난해와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6승 2패 31홀드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으나 올해 직구 구속이 떨어진 모습이다. 포심 패스트볼이 받쳐주지 않으면 주무기인 체인지업을 아무리 잘 던져도 효과가 떨어진다. KT는 주권의 활약 여부가 엄청 중요하다. KIA는 박찬호가 지난해보다 수비에서 모습이 많이 향상됐다.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이 좋다. 특별히 구멍 난 포지션이 없어 보인다. 개막 전 대다수 전문가가 한화를 꼴찌 후보로 꼽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꼭 그러지만 않은 것 같다. 대만프로야구에서 건너온 라이언 카펜터는 공략하기 쉽지 않은 투수다. 워낙 장신(196㎝)에 커브와 체인지업이 좋다. 팀 분위기도 좋아 보인다. 다만 3루수 노시환이 공격에서 장타력을 포함해 좋은 모습인데 수비에선 아쉬움을 많이 남긴다. 두산은 최주환(SSG)과 오재일(삼성)의 이적으로 장타력이 떨어져 보인다. 유격수 김재호가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몸 상태가 중요하다. 롯데와 삼성은 지난해보다 팀이 더욱 안정돼 가는 모습이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2021.04.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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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의 클래식] "스피드보단 제구력, 집중력을 높여라"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 커맨드가 중요하다. 최근 키움 안우진(22)과 장재영(19)의 시범경기 투구를 봤다. 둘 다 강속구 투수로 입단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2018 넥센(현 키움) 1차지명으로 입단한 안우진은 지난해 직구 평균 구속이 152.3㎞였다. KBO리그 역대 신인 계약금 2위에 해당하는 9억원을 받고 2021 키움 1차지명으로 입단한 장재영은 실전 등판에서 직구 최고 구속 155㎞를 기록했다. 더 중요한 건 제구력, 더 세부적으로는 커맨드가 동반돼야 한다. 장재영은 지난 21일 사직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 안우진(5이닝 5피안타 3실점)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1군 무대 첫 실전 등판에서 ⅔이닝 동안 2피안타 3실점(1자책)에 그쳤다. 아웃 카운트 2개를 올리는 동안 무려 33개의 공을 던졌고, 볼넷은 3개나 허용했다. 스트라이크 비율은 50%에 한참 못 미치는 39%(13개)에 그쳤다. 공은 빠르지만, 볼이 연속적으로 들어왔다. 결국 제풀에 지쳐 내려갔다. 요즘 트렌드로 자리 잡는 '하이 패스트볼'이 형성됐지만, 과연 의도하고 던졌는지는 모르겠다. '하이 패스트볼'도 타자가 배트를 휘둘러야 스트라이크가 된다. 제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타자가 '하이 패스트볼'을 지켜볼 뿐이다. 안우진도 프로 통산 165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4사구를 87개 기록할 만큼 제구력이 완벽하지 않다. 야구팬들의 뇌리 속에 남아있는 강속구 투수는 최동원(당시 국내에 스피드건은 거의 없었지만, 일본에서 뛰던 당시 직구는 150㎞를 넘었다.)과 선동열이다. 둘 다 공도 빨랐지만, 제구력이 아주 뛰어났다. 류현진(토론토)도 2006년 한화 입단 첫해 최고 151㎞를 기록했고, 제구력도 돋보였다. 미국 마이너리그에도 최고 시속 160㎞ 이상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이들이 빅리그에 데뷔하지 못하는 이유는 본인이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을 던지지 못해서다. 일본 프로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155㎞ 이상을 던지는 선수가 매우 많다고 한다. 역시나 컨트롤 부족으로 1군에 못 올라가고 있다. KBO리그는 최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열광한다. 그러나 스피드보단 제구가 우선이다. 안우진과 장재영은 분명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 공의 구속뿐만 아니라 제구까지, 두 가지를 갖추면 '굉장하다'를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할 때 마음껏 던지고, 공을 보내고자 하는 곳에 던지는 능력이 필요하다. 코칭스태프나 주변에서 너무 과대평가할 게 아니라 무엇을 보완해야 대성할 수 있는지 길을 찾아줘야 한다. 결국 집중력 연습이 필요하다. 공을 던질 때 눈이 놓쳐선 안 된다. 끝까지 공을 쫓아야 한다. 기본적인 훈련을 통해 집중력이 향상되면 제구력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단지 스피드에 만족하지 않고 더 집중해서 땀을 흘려야 한다. 둘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리그에 소속된 모든 투수가 이를 유념해야 한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2021.03.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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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의 클래식] 웰컴 투 추신수

SSG 랜더스와 계약하며 한국 행을 결정한 추신수(39)와 최근 연락이 닿았다. 현재 경남 창원에서 2주간 자가격리 중인 추신수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가족을 미국에 두고 홀로 KBO리그에 오게 된 두 가지 이유를 얘기했다. 추신수는 "아홉 살에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뛰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또 내가 가진 경험이 전부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후배들과 공유하며 한국 야구 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추신수의 KBO리그 도전, 그리고 SSG 입단을 환영한다. 추신수는 고교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간 야수 중 처음으로 성공 신화를 썼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1652경기 타율 0.275,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를 기록했다. 박찬호의 뒤를 이어 많은 야구팬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했다. 2013년 12월 텍사스와 7년 총 1억 3000만 달러(150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역대 한국인 선수 MLB 최고액 계약이다. 추신수는 한국 행을 택하면서 가족과 '눈물의 작별'을 했다. 가족을 모두 미국에 두고 홀로 인천공항에 상륙했다. MLB 구단의 계약 제의도 있었지만, 그는 이를 뿌리쳤다. 한국 야구를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하는 그의 모습이 고맙다. 그리고 기대도 크다. 또한 추신수는 SSG와 연봉 27억원에 계약하면서 그중 10억원을 사회공헌활동에 기부, 모범 선수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1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활고를 겪는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위해 통 큰 기부를 한 데 이어 한국에서도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큰 틀에서 그의 SSG 입단은 한국 야구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KBO리그는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한국 야구가 뜨거운 인기를 얻었지만, 최근에는 열기가 점차 식는 모습이다. 특별히 한국 야구의 붐을 조성할 요소가 없었다. 추신수가 KBO리그를 부흥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KBO리그 선수와 현장 지도자 모두 과거보다 역량이 조금 떨어진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추신수가 뛰면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선수들이 추신수의 모든 걸 지켜보고 따라 할 것 아닌가. 이는 KBO리그의 질적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침 SSG가 SK를 인수, 적극적으로 추신수 영입에 나섰다. 여러모로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 필자가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추신수와 인연이 있었다. 그는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당시 그의 소속팀 클리블랜드 구단에서 트레이너를 대표팀에 파견했다. 추신수의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는데, '훈련을 그만 시켰으면 좋겠다'는 식의 보호를 하더라. 자칫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측이 원만하게 의견을 나누고 소통했던 기억이 난다. 이 대회에서 추신수는 낮은 타율을 기록했지만, 베네수엘라와 준결승전 홈런을 포함해 결정적인 순간 강렬한 활약을 보여줬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기술위원장 자격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추신수와 강정호(은퇴)가 대표팀에 금메달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펄펄 날았다. 추신수는 5경기에서 타율 0.571, 3홈런, 11타점을 쓸어담았다. 당시 두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단 추신수의 굳은 각오와 결의가 표정에서 묻어났다. 고척돔에서 1라운드가 열린 2017년 WBC에서도 추신수의 참가 의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외부 상황이 맞아떨어지지 않아 대표팀 합류가 무산된 바 있다. 2021시즌도 미국에 남을 수 있었던 추신수가 한국으로 온 이유는 '선수로서 마지막을 한국에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 때문일 것이다. 추신수는 여전히 야구의 3박자를 모두 보여줄 수 있다. 좋은 플레이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공격에선 기존의 국내 선수들과 비교해 실력이 월등할 것이다. 추신수의 KBO리그 입성을 다시 한번 환영한다. 그가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빌 모습을 기대한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2021.03.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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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의 클래식] 김하성과 박효준, '선택'에서 갈렸다

김하성(26·샌디에이고)과 박효준(25·뉴욕 양키스)을 보면, 미국 진출 과정에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둘은 야탑고 1년 선후배 사이다. 포지션도 유격수로 같다. 당시 아마추어 관계자에 따르면 "박효준의 기량이 김하성보다 더 뛰어났다"라고 한다. 김하성은 KBO리그 입단 당시에도 넥센(현 키움) 2차 3라운드 전체 29순위로 입단할 만큼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위치'는 다르다. 3년 연속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은 이번 겨울, 대형 계약을 맺고 '꿈의 무대'에 입성했다.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310억원)를 보장받는 계약이다. 옵션을 포함하면 최대 3200만 달러(350억원)까지 받을 수 있고, 5년째 상호 옵션까지 발동되면 최대 3900만 달러(430억원)까지 계약이 확장된다. 2023년부터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있다. 김하성은 역대 KBO리그 출신 야수 중 가장 좋은 조건으로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는 것이다. 박효준은 '1년 선배' 김하성이 프로에 입단하고 몇 개월 뒤인 2014년 7월 양키스와 계약했다. 계약금은 116만 달러(12억원). 당시 한국 아마추어 선수 신분으로 미국에 진출한 선수 중 12번째로 많은 계약금이었다. 또한 박찬호에 이어 두 번째로 양키스와 계약한 한국 선수로도 기록됐다. 박효준은 2018년부터 3년 연속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 출전했다. 올 시즌에도 스프링캠프에 초청됐지만, 아직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9년 더블A 소속으로 113경기에서 타율 0.273·3홈런·20도루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017년 불법 국제 계약 뒤 우여곡절 속에 미국으로 건너간 내야수 배지환 역시 마찬가지다. 피츠버그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배지환은 2019년 싱글A에서 타율 0.323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21 캠프 초청 명단에도 처음으로 포함됐으나, 빅리그 데뷔까지 갈 길이 멀다. 박효준과 배지환은 병역도 해결해야 한다. 박찬호는 1994년 한국 선수 최초로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그가 LA 다저스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본 MLB 각 구단은 한국 아마추어 선수를 예의주시했고, 계약으로 이어졌다. 서재응과 김선우·봉중근 등 유망주가 앞다투어 미국으로 건너갔다. KBO는 무분별한 해외 진출을 방지하기 위해 규정까지 만들었고, 몇 차례 수정이 거듭됐다. 2007년에는 해외파 특별 지명을 통해 해외파 선수들에게 복귀 기회를 주기도 했다. 지금까지 아마추어 신분으로 MLB 진출에 성공한 선수는 박찬호와 추신수뿐이다. 이번 겨울 연봉 조정에서 승리해 2021년 245만 달러를 받게 된 최지만(탬파베이)은 FA 계약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김병현·최희섭 등 몇몇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박찬호·추신수·류현진(토론토)처럼 FA 대박을 터뜨리진 못했다. 빅리그조차 밟지 못한 채 KBO리그에서 데뷔해, 기대만큼 기량을 선보이지 못한 선수도 많다. 이들이 처음부터 KBO리그에서 뛰었다면, 아마 대부분 미국에서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진출은 '꿈'을 실현하고 '부(富)'를 거머쥘 기회다. 하지만 KBO리그도 과거와 비교하면 연봉이 많이 올랐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아주 좋은 대우를 받는다. 1991년 한일 슈퍼게임 당시 출전 선수 연봉은 약 12배가량 차이 났지만, 2020년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의 연봉 격차는 약 3배로 줄었다.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하나, KBO리그를 거쳐 MLB에 진출한 김하성의 선택이 미국으로 직행한 박효준과 배지환의 선택보다 더 현명해 보인다. KBO리그도 꿈과 부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만큼 좀 더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선택을 했으면 한다. 어린 나이에 낯선 곳에서 허송세월한다면 너무 안타깝다. 그러려면 학부모와 아마추어 지도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선수가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왔으면 한다. 에이전트의 달콤한 얘기에 현혹되거나, 휘둘려서는 안 된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2021.0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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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의 클래식] 개막 늦추거나 144G 일정 줄이자

2021시즌을 치르기 녹록치 않다. 정규시즌 개막을 늦추거나, 경기 수 축소를 고민하는 게 어떨까 싶다. 필자는 지난 15일 '39년 만의 원터 캠프…부상 안 당하게 살얼음판 훈련 필수'라는 칼럼을 통해 국내 전지훈련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전 세계를 뒤덮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0개 구단은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한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이후 전 구단이 국내 전지훈련을 치르는 건 39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KBO리그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가 단축 시즌을 치른 것과 비교하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완주했다. 이 과정에서 연습경기 일정이 전면 취소됐고, 개막전도 미뤄졌다. 2020년 정규시즌은 역대로 가장 늦은 5월 5일 플레이볼이 선언됐다. 관중 입장이 허용됐다가 다시 중단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나마 지난해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에 각 구단이 해외 캠프에서 구슬땀을 쏟았다. 이번에는 다르다. 예상컨대 스프링캠프를 정상적으로 소화하기 어렵다. 쌀쌀한 날씨 속에 훈련 효과를 얻는 게 쉽지 않다. 결국 몸을 만들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부상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야구가 개막하는 시기에 코로나19가 완전히 소멸하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KBO는 2021시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개막일만 4월 3일로 확정, 발표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44경기 체제를 유지할 뜻을 밝혔기에 곧 시즌 전체 일정이 확정될 예정이다. 선수들이 국내 전지훈련을 소화하더라도 예년만큼 훈련 성과를 얻기 쉽지 않다. 이에 4월 초 개막은 다소 무리가 아닌가 판단된다. 해외 전지훈련을 한 지난해에는 5월에 개막했다. 올 시즌은 이미 발표한 4월 초보다 개막을 더 늦췄으면 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한 번 경험해본 만큼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올해는 도쿄 올림픽 변수가 있다. 올림픽 대표팀 소집 기간을 고려해 KBO는 약 3주간의 휴식기 편성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이 늦어지면, 시즌 종료도 그만큼 미뤄진다. 현재로선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열릴지 미지수다. 개막이 미뤄져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척 돔구장이 있어 11월에 포스트시즌 소화는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또 한 가지 방안은 경기 수를 줄이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이와 관련한 이슈가 제기됐다. 현장에선 "144경기 체제는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KBO와 각 구단 관계자는 144경기 체제 유지를 고수했다. 중계권료 등 구단 수입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전지훈련도 국내에서 열리는 만큼 다칠 우려가 더욱 크다. 또한 더블헤더, 월요일 경기가 변함없이 열린다면 선수들의 부담을 더욱 커진다. 경기 수가 줄어들면 수입도 감소하겠지만, 마찬가지로 선수 연봉과 각종 경비 등 구단 지출 역시 줄일 수도 있다. 경기 수 감소는 구단들이 상의할 만한 사안이 아닌가 싶다. 이마저도 안 된다면 개막 초반에만 한시적으로 낮 경기를 치르는 게 어떨까 싶다. 예전에는 이렇게 시즌을 맞이한 적도 많았다. KBO와 구단이 머리를 맞대고 잘 협의해 코로나19 두 번째 시즌을 잘 대처해 나갔으면 한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2021.0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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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의 클래식] 39년 만의 '윈터 캠프' 너무 중요하다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 6개 구단은 모두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팀 창단이 늦어져 해외 전지훈련을 준비하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탓이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뤄지기 전이었고, 여권 발급에 한 두 달이 걸렸다. 특히 군 미필 선수는 병무청에 방문해 상당히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이듬해인 1983년 해외 전지훈련이 닻을 올렸다. 물론 이를 준비하느라 상당히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구단 관계자가 해외 전훈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데 두세 달이 소요됐다. 반공 교육도 받고, 재정보증서도 제출해야 했다. 처음에는 일본과 대만으로 떠났던 해외 전지훈련지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다. 하와이나 괌으로 떠난 팀도 생겼다. 최근에는 미국 애리조나와 플로리다가 새로운 훈련지로 주목받고 있다. 빅리그 구단이 본격적으로 스프링캠프를 차리기 전에 보다 좋은 훈련 환경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이처럼 각 구단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해외 스프링캠프를 실시하는 건 훈련의 효율화를 위해서다. 미국이나 일본, 대만의 날씨와 훈련 환경이 국내보다 더 좋기 때문이다. 필자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트레이너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날씨가 따뜻한 곳일수록 부상 선수 발생이 적었다고 한다. 이에 2군 선수단도 해외 전지훈련을 했다. 2021년 2월, 10개 구단은 모두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한다. 전 구단 국내 전지훈련은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이후 39년 만이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탓이다. 해외로 떠나기도 쉽지 않고, 또 다녀오더라도 2주간의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훈련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각 구단은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부랴부랴 귀국하느라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해외 전지훈련의 이점을 알지만, 현재로선 다른 방도가 없다. 39년 전과 비교하면 국내의 훈련 환경이 훨씬 개선됐다. 각종 장비도 많이 발전됐다. 요즘은 실내 훈련장도 많다. 그런데도 우려가 뒤따른다. 쌀쌀한 날씨에 훈련하면 부상 위험도가 높아진다. 특히 투수는 야수에 비해 컨디션 관리에 훨씬 예민하다. 투수가 2월 말 컨디션을 70~80%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청백전이 가능하다. 이후 시범경기를 거쳐 개막전에 맞춰 컨디션을 100%로 끌어올리려 한다. 이 기간 타자는 투수의 공을 때리며 적응한다. 이 과정에서 다쳐선 안 된다. 훈련도 중요하지만, 부상을 매우 경계해야 한다. 예년과 같은 페이스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려다 다칠 가능성이 높다. 천천히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몸을 쓰려면 땀이 좀 나야 하는데, 쌀쌀한 날씨 속에서 몸을 풀거나 러닝을 하다가는 다칠 수 있다. 1986년 해태 코치 시절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야구장에 쌓인 눈을 치워가면서 훈련했다. 날씨가 추워 장작을 피우고, 난로를 갖다 놓았다. 잠깐 훈련하다가 난로 가까이에서 얼어붙은 손을 녹이기 일쑤였다. 배팅 훈련을 하면 손이 아팠다. 훈련 환경과 장비가 열악한 시절이었다. 프로 유니폼을 입고 있는 대다수 선수도 중·고교 시절 국내에서 겨울 훈련을 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모처럼 국내 동계훈련을 하는 만큼 방심해선 안 된다. 39년 만의 국내 전지훈련은 팀 성적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부상 선수가 많이 발생하거나, 초반 순위 싸움에서 조금 뒤처진다면,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2021.0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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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의 클래식] 선수들 대학 진학에 제도적 허점이 있다

고교 선수는 대개 대학 진학보다 프로 입단을 목표로 한다. 이 가운데 고교 졸업과 동시에 프로 진출에 성공하는 이는 10%도 안 된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내민 선수는 1133명이었고, 100명(추후 육성선수 입단 제외)만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나머지는 대학교에 진학해 기량을 갈고닦은 후 프로 입단에 재도전하기 마련이다. 대학 입시별 전형은 학교별 다르지만, 내신 등급에 커트라인을 두고 지원서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인문계고 아마추어 선수와 실업계 및 특성화고 아마추어 선수의 내신 등급 격차가 꽤 크다고 한다. 가령, 인문계고에선 야구 선수들이 일반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대부분 8~9등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실업계 및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아마추어 선수는 4~5등급을 받을 수 있다. 인문계고 선수들이 대학 진학에 있어 좋은 내신 등급을 받기 상대적으로 어렵다. 일선 고교 지도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인문계고 선수들은 내신 미달로 4년제 대학 입학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이 발생한다. 여기서부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야구 기량을 비교할 때도 아쉬운 면이 있다. 선수 기량과 관계없이 학교별로 기량 차로 인해 대학 진학에도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다. 야구 선수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입시 자료로 고교 시절 기록이 반영된다. 타자는 타율·안타·타점 등, 투수는 다승과 평균자책점·탈삼진 등을 참고한다. 이 기록은 충분히 객관적일까? 전국대회에 많이 진출하는 팀 선수의 기량이 아무래도 좋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전국대회 상위 라운드에 오를수록, 좋은 기량의 팀과 맞붙어 기록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반면 팀 성적이 떨어지거나 신생 학교의 경우 주말리그, 전국대회 예선에서 조기 탈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 강팀을 상대하지 않아 개인 기록이 상대적으로 좋아 보일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기록은 더 좋지만, 실제 기량은 떨어진다는 의미다. 전국대회에 자주 출전해 기록이 떨어진 선수는 아예 대학 입시 전형에서 1차도 통과하지 못하는 반면, 기량이 부족해도 내신이 좋거나 상대적으로 기록이 두드러진 선수는 합격하는 허점이 발생한다. 한 고교 지도자에 따르면 6이닝만 던지고 3승을 챙긴 선수들도 있다고 한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기량이 선수 중 일부는 요즘 2~3년제 대학으로 눈을 돌린다. 그래서 2년제 대학팀 실력이 점점 좋아진다고 한다. 실제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대졸 선수는 19명 프로에 입단했는데, 이 중 2년제 강릉 영동대 출신이 5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육성 선수 입단을 포함하면 인원은 더 늘어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자료에 따르면 12월 말 기준으로 총 36개 대학팀 가운데 4년제가 32개다. 2년제가 3개, 3년은 1개다. 강릉 영동대와 함께 광주 동강대의 실력도 아주 좋다. 4년제 대학팀을 심심찮게 꺾는다. 학부모 입장에선 내 아들이 프로에 입단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어, 4년제 대학에 보내고 싶어한다. 여러 요인으로 2년제 대학교에 진학한 아마추어 선수들은 죽기 살기로 운동한다고 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이 누적되면 앞으로 프로야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의의 피해 학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병폐를 빨리 없애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다. 대학 야구 대회가 서울 목동구장에서라도 열렸으면 한다. 지방의 열악한 환경에서 대회를 치르다 보니 점점 대학 야구의 열기가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의 지원도 줄어들게 된다. 한국 야구의 근간이 되는 아마추어 야구, KBO리그의 발전을 위해 모두가 고민해야 할 이슈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2021.01.0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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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식의 클래식] FA 우승 청부사? 외국인 선수가 도와야 한다

특급 FA(자유계약선수) 영입은 우승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된다. 우승을 향한 가장 빠른 길인 건 틀림없지만, 특급 FA가 우승을 '보증'하는 건 아니다. 현재 KBO리그에서 가장 무게감을 지닌 FA로 4명을 손꼽을 수 있겠다. NC 양의지와 KIA 최형우, 롯데 이대호, LG 김현수다. 네 선수 모두 4년 계약을 했고, 총액 100억원 이상을 받았다. 구단 발표 기준으로 연봉과 계약금을 더한 금액이 이대호 150억원, 양의지 125억원, 김현수 115억원, 최형우 1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양의지와 최형우는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양의지는 NC 이적 후 두 번째 시즌인 올해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맹활약하며 구단 창단 첫 통합 우승을 견인했다. KIA 최형우는 이적 첫 시즌인 2017년 타율 0.342, 26홈런, 120타점을 올리며 'FA 영입 효과'를 톡톡히 입증했다. 2020년 NC, 2017년 KIA 모두 두 선수(양의지·최형우)가 없었다면 우승하지 못했을 거로 본다. 이대호와 김현수도 좋은 실력을 지녔다. 그런데 왜 우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을까? '베테랑' 이대호는 1982년생 동기들이 속속 유니폼을 벗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절정의 기량을 유지해 왔다. 김현수 역시 LG에서 3년 내내 고타율(0.331)을 기록했다. 단순히 대형 FA 선수 한 명을 영입했다고 팀 전력이 단숨에 확 올라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결국 대형 FA를 보조하는 선수들의 성적이 중요하다. 그 가운데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NC는 올해 양의지 외에도 드류 루친스키가 19승을 올리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애런 알테어도 제 몫을 다했다. 나성범과 구창모도 힘을 보탰다. 2017년 KIA는 헥터 노에시가 20승을, 로저 버나디나가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선수와 FA의 활약이 잘 어우러진 것이다. 올 시즌 김현수가 몸담은 LG의 외국인 투수는 케이시 켈리와 타일러 윌슨이었다. 둘 모두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의 투수가 아니었다. 롯데 역시 댄 스트레일리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유격수 딕슨 마차도의 수비가 돋보였지만, 공격에선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지 못했다. LG와 롯데 모두 외국인 선수가 강하지 않았다. 올겨울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총 25명이었다. 이 중 16명이 권리 행사를 신청했다. FA 등급제가 처음 시행된다. 이대호와 최형우 등이 FA 자격을 행사하는데, 앞선 시즌보단 신청 선수들의 무게감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허경민과 정수빈·최주환·오재일 등 두산 소속 선수들이 인기가 상당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FA 시장이 얼어붙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대형 FA의 몸값이 오르는 분위기다. 향후 우승을 꿈꾸는 팀이라면 FA 영입이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투자를 통해 내·외부 FA 계약이 필요하다. FA를 잘 영입하면 성적이 오를 순 있어도, 팀을 완전히 바꾸기는 어렵다. 결국 외국인 선수나 국내파의 활약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2020.12.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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